[건져야 하나, 찍어야 하나. 사진을 말이다] 2003년 10월. 제3회 서울세계불꽃축제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경관조명을 해 놓은 한강 다리를 찍었다.(원효대교인지 마포대교인지 한참을 헷갈려 하다가 원효대교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_-;) 제목이 왜 저따위로 되어있는지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원래 이 사진은 찍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경관조명을 해 놓은 다리의 사진을 너무 많이 봐 와서 이렇다 할 감동도 없었고, 또 LCD로 본 모습도 그리 마음에 들지도 않았었다.(그렇다고, 결과물이 마음에 든다는 뜻은 아니다. 이 사진은 예뻐서 올린게 아니다, 슬퍼서 올린 것이지...) 그래서 손에 들고 있던 삼각대도 꺼내지 않고 야경을 몇장 찍었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형편 없이 나올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불꽃놀이 내내 신경써서 찍은 사진보다 대충 찍어 본 이놈이 더 나아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거의 모든 경우에 내 생각과는 다르게 나오는 결과물을 보면서, 대체 사진은 찍는 것인지 찍다가 건지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한 일반적인 답은 "많이 찍고 노력하다보면 건지는 사진이 더 많아진다"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내가 생각하는 것도 다르지는 않지만 내가 잘 찍어서 간직하고 싶은 사진을 뜻한 대로 건져내는 능력이 없다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슬픔이 남아있다.